소아정신과 교수 : "조기교육 시키는 영유아의 뇌, 반드시 망가진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님의 말씀.
원본 영상
왜 영유아에게는 주입식 교육을 해서는 안되는가?
조기 교육이 대세처럼 굳어지면서 유아기에 국어는 물론 영어, 수학도 웬만큼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고시는 유치원에서는 읽기, 쓰기를 배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형주 교과부 유아과장은 "조기 교육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고 일선 유치원에서 교육 과정에 맞는 수업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주로 방과후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선행학습까지 막기는 어렵다"며 "유치원 입학 전에 어린이집 교육이나 학습지 등을 통해 독서교육은 물론 영어, 수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이 같은 과열된 조기 교육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현상이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1, 2위를 하는 핀란드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 단계에서는 문자 교육조차 철저히 금지돼 있다"며 "이 시기에는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자 교육이 오히려 집중력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일권 한국특수교육연구소장도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초등학교 취학 전 문자 및 수 교육이 금지돼 있고 일부 국가는 위반 시 형사 처벌까지 한다"며 "특히 영재교육법으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에서도 유치원 과정까지는 문자나 수를 결코 가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자녀를 현지 유치원에 보냈던 김미정(35)씨는 아이에게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쳐 보냈다가 담당 교사로부터 "잘못된 교육을 하고 있다"며 경고를 들었다. 독일에서 자녀가 유치원 교육을 받은 이길동 계명문화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독일 유치원은 문자나 수를 가르치지도 않고, 학교도 예습을 문제로 지적한다"며 "5살 된 딸에게 피아노 교습을 시키려 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는데 뇌 발달 단계를 고려해 지나친 조기 학습을 금기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엄정애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태어나자마자 영어니 독서니 교육 경쟁을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였는데 일본에서는 최근 독일 등의 자연주의식 유아교육법이 정착되어가는 추세"라며 "기본적인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아이에게 문자나 수를 주입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도 안 좋고 교육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 그리고 2024년부터 적용된 현행 2022 개정 7차 교육과정에서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 유아 보육시설 단계에서 한글을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권장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8세 이전 유아의 뇌가 절대로 조기에 학습해선 안 되는 개념은 "기호화(Symbolization)"입니다.
영유아는 "엄마, 아빠, 사과, 나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대상을 이미지 그대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생생한 기억과 감각으로, 그 촉감과 형태와 맛과 향기, 오감을 통해 온 몸으로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느낀 해당 물체의 본질 그대로를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인지(Cognition)"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글과 그림을 먼저 외워서 배워버리면, 아이는 그 대상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채 성장하여 훗날 높은 확률로 인지 부조화와 난독증을 겪게 됩니다.
분명 글자와 문장을 눈으로 좇아가며 잘 읽었는데, 분명 어려운 문장도 아니고 쉬운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일 뿐인데, 이게 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충격적이고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만약 3~6세 영유아기에 글자를 조기교육하는 바람에 훗날 난독증이 발현된다면 그것은 평균 13~15년의 텀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시기상 한창 정보를 받아들이고 공부하기에 최적화 된 청소년 시절, 15~18세 중·고등학교 입시생 시기(!)가 됩니다.
![]() |
하긴, 이 모든 얘기들은 자기 애가 장차 입시를 치르는 중요한 시기에 수능을 칠 때 좋은 성적을 못 받아도 상관없고, 좋은 대학 안 가도 괜찮고, 공부랑 별로 관계 없는 삶을 살게 할 거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님이라면 하등 관계없는 이야기입니다. |